초등 3학년 때쯤인가.
<성경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다.
성경 내지는 성서에서 유명한 이야기 몇 개를 뽑아 놓은 건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긴 야곱의 이야기다.
요셉의 아버지이자 이삭의 둘째 아들인 야곱.
첫부분은 맘에 들지 않았다.
옛날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장자 중심의 상속문화가 있었으니.
야곱은 둘째여서 상속을 못 받을 처지였으나
어머니의 도움을 빌어 눈 나쁜 아버지를 속여 장자가 받을 상속의
권리를 가로 챈다.
(지금 생각하면 둘째한테는 아무 것도 없다면 나라도 야곱처럼 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러나 형인 에서가 눈치를 채고 그를 죽이려고(?) 쫓아오자
황급히 피신한다.
그래서 당도한 어느 마을의 유지(?) 밑에 들어가 머슴살이를 하는데.
하필 그 집 아가씨에게 꽂힌 것.
주인과 거래(?)를 통해 무임금 유노동의 7년의 세월을 보내고
마침내 사모하던 아가씨를 품에 안는가 싶더니,
신방에 든 아가씨는 그가 오매불망 바라던 라헬이 아닌 언니 레아였던 것.
계약위반이라며 주인에게 따지지만 주인은 계약위반(?)은 아니고
피치 못할 변경(?)이라며 야곱을 설득, 다시 7년간의 무임금 유노동을 감내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도합 14년의 무임금노동을 감수하며 라헬을 아내로 맞이하게 된다.
나중에 든 생각인데 야반도주(!)라도 하면 어땠을까 싶지만
예나 지금이나 돈 없는 연인들이 기댈 언덕이 어디에 있을까.
지금이야 접시닦이를 하든 막노동 하다 못해 일거리가 없으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이라도 할 수 있지만 (야곱은 형제, 라헬도 부모형제가 있어 요즘 기준에도 수급자신청은 안 되겠다. OTL) 구걸이라도 하겠다만 호랑이 담배 피우기도 전 유목민 생활 시절의 야반도주라 봐야 굶어죽기 십상이었을 터.
평균수명이 훨씬 짧았던 시대(아담이 900살 어쩌고 하는데 그런 구라는 하지 맙시다)에
14년이라면 개나 소도 요단강 건넜을 시절.
한 남자의 집념이 뭔가 마음 한 구석을 일렁이게 했다.
집착이나 소유욕 때문에 14년을 머슴살이할 사람이 있을까.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7년 무임금이 억울해서?) 14년을 버틴 건 8할이 사랑이었다고 생각하는 거다.
버티는 자가 이긴다.
이 이야기의 교훈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