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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27 야행관람차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 중 세 번째로 읽게 된 작품이다.

전작들이 그러하듯 한 가지 사건을 등장인물 각각의 관점에서 재구성해서

(마치 만화경같은 잔상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펼친다.


언덕 위에 있는 고급주택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진상을 사건 당사자인

가족과 주변인 가족들의 시선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아야카라는 중학생이 있는 집은 매일 전쟁이 벌어진다.

아야카는 자신의 열등감(엄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격지심- 명문사립중 입시에 실패하고 공립중에 입학했는데 이 주택가에서 자기만 공립에 다닌다는 사실에 움츠러들고- 을 갖고 있고 맞은편 다카하시네 동급생 신지를 좋아하지만 그가 자길 무시하자 적개심을 불태운다.)을 사춘기의 예민함과 맞물려 증폭, 왜곡시켜 엄마에게 화풀이하며 집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맞은편 다카하시네는 겉으로 보기에 매우 이상적인 가정이다.

아버지는 의사, 어머니는 미모의 주부, 큰아들은 의학부학생, 딸은 예쁘고 우등생에  운동 잘 하고 교우관계도 무난하다. 막내아들 신지 역시 잘생긴 외모에 성적 좋고 운동도 잘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살인사건은 뜻밖에도 이상적으로 보이는 다카하시네서 발생한다.

다카하시씨가 부인에게 살해된 것이다.

사건 시각 딸인 히나코와 아들 신지는 모두 집에 없었다.

단란한 가정이었던 다카하시네는 어째서 파국을 맞았을까.


소설은 단란함 속에 감춰진 위태한 욕망을 조금씩 드러낸다.

다카하시네 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막무가내였던 아야카와 엄마인 마유미도

결국 폭발하게 되는데...


고백, N을 위하여 와 꼭 비교할 필욘 없지만 앞의 두 작품을 무척(특히 고백) 재밌게 읽어선지 이번 소설은 조금 포스가 약한 감이 있다.

하지만 히나코의 친구 아유미가 히나코 집에 붙은 비방문을 떼어 주고 이 때 마주친 히나코에게 자신의 비겁함을 고백하면서 우정을 보여주는 장면은 클리쉐같지만

울림이 있었다.

그래, 이런 친구가 있는 게 구원이지.

-눈물이 어느 새 뺨을 타고. ㅠㅠ

무튼 작가의 작품은 기회가 닿으면 계속 읽어볼 생각이다.


덧.

아야카의 독백 중 이런 게 있다.

학교에 가려고 집에서 나와 언덕을 내려가면 경사로처럼 자기 몸도 기울어져서

위태로워지는 느낌.

아야카는 이 어지러움 때문에 분노를 더 키운다.

이 부분이 유일하게 아무 매력 없는 이 소녀에게 감정이입한 장면이다.

아무리 그래도 맨날 지 엄마한테 막 대하는 게 자랑이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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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키터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