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아 있는 나날> 안소니 홉킨스가 열연한 제임스 스티븐즈는 2대에 걸쳐
충직한 집사로 살아왔다.
평온하고 무감각했던 그의 삶에 파문이 인 건 하녀로 저택에 들어온 미스 샐리
켄튼과 조우하면서이다.
미스 켄튼은 단정하고 정숙한 여인이었으며 또한 상냥한 사람이었다.
스티븐즈는 켄튼의 이런 면에 이끌리지만 엄격하고 팍팍한 직업의식으로 켄튼과의
관계를 진전시키지 못한다.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이 스티븐즈 때문에 맘 상한 켄튼이 혼자 울고 있는 방 안에
얼떨결에 들어온 스티븐즈가 청소 어쩌구저쩌구 하는 장면이었다.
참 사람이 얼마나 기계적으로 변하면 저럴까 싶어 보는 내가 다 무안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기계적으로 살던 그도 나이를 먹고 켄튼이 저택을 떠난 후 심경에 변화가 생긴다.
생의 마지막 용기를 내어 켄튼을 만나러 가지만 켄튼은 딸아이의 전갈에 황급히 떠나고 짧은 만남 속에 회한을 담은 스티븐즈의 얼굴을 뒤로 하고 영화는 끝난다.
회한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토록 냉정한 영화는 없을 것이다.
200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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