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도 얼어버린 듯한 혹독한 시베리아 벌판에서 유형을 살고 있는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라는 남자의 하루를 따라가 본다.
그는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그날 하루를 돌아보건대
운이 좋았다고 총평했다.
숨겨둔 빵을 도둑맞지 않았으며 점심, 저녁 멀건 국이었지만
두 그릇이나 먹었고 작업량도 결과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생각되어서였다.
문득 점심 자주 먹으러 가는 식당의 풍경이 떠올랐다.
구내식당 분위기의 뷔페식 식당인데 넓은 식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밥을 먹고 있는 풍경을 보면 묘한 느낌이 든다.
흡사 여물을 먹고 있는 소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이다.
이 식당엔 항상 쌈이 나오는데 식탁 마다 푸르뎅뎅한 채소쌈이 넘실거리는 판이라
그 앞에서 쌈과 밥을 먹는 이들의 모습은 사람탈을 쓴 소 같다는 착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점심 뭐 먹을까.
점심 먹고 나면 퇴근시간까지 어떻게 버티지.
이렇게 단순화되는 것이다.
고된 노동을 마치고 초라한 저녁식탁에 앉아 뜨겁지만 건더기도 별로 없는 양배추국에 감격해 하는 슈호프의 모습에서 순간 울컥했다.
물론 슈호프보단 자유시간이 있고 내가 때려치울 수 있지만
나도 결국 장소만 옮겨다니는 유형생활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