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I stand for you
20대 초 쯤엔가 참 많이 불렀던 노래.
노래방엘 가면 꼭 이 노랠 부르곤 했다.
아니 이 노랠 부르기 위해 노래방엘 갔다는 게 더 정확할 듯.
난 노랠 썩 잘 하지 못 한다.
음치는 아니지만 빼어난 노래 실력과는 거리가 멀다.
재능도 끼도 없는 건 자타가 인정한다.
외려 노래방 거의 안 가는 동생(돈 아까워 자기돈 주고는 절대 가지 않는다.)이
더 노랠 잘 한다.
하지만 노랠 부르고 있는 순간만큼은 행복했고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여서 주로 이용한 곳이 오락실 안에 설치된
미니노래방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게 되자 종종 일반 노래방에 가서 한 두 시간 부르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때였을까.
무슨 계기가 있었던 거 같지는 않은데 노래방에 시들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노래 자체에 흥미를 잃었던 거 같다.
노래를 부르지 않으니까 가요는 잘 듣지 않았다.
플레이어에 담아다니던 곡도 전부 예전에 듣던 것들 뿐이었다.
작년 그 즘 해서 내가 노랠 부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스스로도 놀랐다.
더 이상 노래 안에서 위로 받을 수 없다는 걸 몸이 먼저 느낀 거 같아
좀 서글퍼졌다.
2평 남짓한 공간에서 오직 나와 마주했던 순간이 그리운 건
요즘은 아무리 혼자여도 오롯이 스스로를 마주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노래로 해결할 수 없는 고민과 문제들이 성큼 들어오고 노래를 부르는 순간에도
상념들이 머리를 점령하는 나이에 들어선 걸 그 땐 실감하지 못 했다.
그리고 세상이 주목하는 인생에 들어가진 못 할 거라는 걸 예감하던 때이기도 했다.
변하지 않는 건 나는 거의 늘 여기에 서 있다는 거.
누군가를 기다리지도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