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ously?
구경하는 삶의 종말
키터리지
2021. 12. 17. 22:50
TV프로그램 중 특히 더 좋아하게 된 것들을 하나씩 끊고 있다.
이를테면 요즘 화제성이 큰 <골 때리는 그녀들>, <국민가수> 그 밖의 등등.
일단 시간을 너무 잡아먹는다.
퇴근하고 와서 밥해 먹고 이런 것들(요즘은 1시간 반은 기본, 무슨 영화 한 편 길이다)
보면 가용 시간이 우리 은하 밖으로 달아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의 성취에 환호하는 일이 더 이상 즐겁지도 아름답게 느껴지지도 않아서이다.
그네들의 노력이나 성취를 폄하하는 게 아니다.
그들의 노력과 성취는 내것이 아닌데 화면에 비추는 찰나의 순간,
그게 마치 내 것인냥 착각하게 된다.
그런데 화면이 꺼지고 광고가 나오는 컷에서 최면에서 깬
사람처럼 나도 그 환상에서 깬다.
수동태의 착각.
내 삶은 아니지만 집중하고 싶은 건 예술작품과 저잣거리의 생생한 이들의 우격다짐 뿐이다.
편집된 화면 안의 것에만 에너지를 쏟기엔 생생한 시간의 질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